살려야 한다
We Must Save
2015Practice
살려야 한다. 필히 ‘막중한’ 이 문장이 값싼 정치 수사로 변질되어 어느 때보다도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요즘입니다. 일상의실천은 이렇듯 웃지 못할 촌극에서 비롯된 갖가지 변주(패러디)들을 바라보며 이 문장이 가리키는 본연의 의미를 주목해봅니다.
살려야 한다. 그것은 아직 죽지 않은 것을 가리킵니다. 죽지 않았으니, 곧 살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살릴 수 있다는 것. 우리는 굴뚝과 철탑 위에서 정당한 권리를 이야기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살릴 수 있습니다. 불타버린 용산의 망루와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서 잊혀져가는 사람들의 기억을 살릴 수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강정 앞바다의 연산호와 쓰러져가는 가리왕산의 나무들 그리고 밀양과 청도에서 투쟁하는 할머니들의 본래 일상을 다시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살려야 한다>는 넓은 의미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타인의 외침을, 쉽게 잊혀지는 기억을, 망가져가는 누군가의 일상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됩니다. 살려야 한다는 것은, 우주가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클라이언트. Self-initiated Project
Client. Self-initiated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