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No one deserves to die for being on such a ship
2014차가운 사월의 바다로부터 304명의 목숨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중 아홉명은 여전히 생사의 여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어느덧 반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는 설명하기 힘든 좌절감을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비정했습니다. 힘없이 스러진 인명을 눈앞에 두고도 지리한 변명과 거짓된 눈물 그리고 말라버린 침묵으로 억누를 수 없는 숱한 좌절감을 외면했습니다. 모두 잊고 경제나 살리자는, 침묵보다 못한 정치깡패들의 발언은 추잡함의 극치였습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유착과 비리, 경찰과 언론 그리고 정부의 무능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이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우리 사회의 민낯 그 자체였습니다. 과거에 멈춰버린 사회를 바라보며, 시간은 단지 육체의 퇴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루 셀 수 없는 삶들이 수면 아래로 저물어 갈 때, 우리는 함께 절망하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두려움에 가까운 산 자의 슬픔은 매일을 대항해야 할 고통으로 남겨졌습니다. 받아드릴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우리는 그것이 결코 나의 죽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끝을 헤어릴 수 없는 분향소 앞 조문객의 행렬은, 마치 산 자와 죽은 자를 잇는 가슴 아픈 애도의 끈과 같았습니다.
’그런 배를 탔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모든 삶의 존엄성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허튼 죽음도, 가벼이 여겨질 목숨도, 돈으로 환산될 운명도 어디에 없음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삶의 무게는 같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 간 인명은, 어쩌면 외면할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숭고한 모든 삶이 서로 닿아있음을 바로 보며, 이 모든 비극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삼가 돌아가신 모든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이 명백하게 이뤄지기를 촉구합니다.
클라이언트. Self-initiated Project
Client. Self-initiated Project